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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국 생활

달라스 공항에서 ‘슬리핑’ 당한 날

by 옆선달리기 2025. 8. 20.

Are you sleeping?

돌아가는 날이었다.


며칠 간의 빡빡한 일정이 끝났고, 드디어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달라스(댈러스?) 공항에 도착했다.
비행기 시간이 촉박한 건 아니었지만, 그래도 마음은 늘 조금씩 바쁘다.
공항이라는 공간이 그렇다. 긴장과 무심함이 공존하는 곳.

 

발권을 하고, 짐을 붙이고,(이제 이정도는 좀 한다 ㅋ)
마지막 관문인 보안 검색 직전 여권과 탑승권을 확인하는 줄에 섰다.
이미 수많은 탑승객이 길게 줄을 늘어선 상태였다.

두 개의 창구에서 확인하고 있었다.

한 줄은 휠체어를 탄 승객들을 위한 줄 같아 보였다.

나는 휠체어 줄이 아닌 다른 줄을 보면서 잠깐… 멍을 때리고 있었다. 아니 때리고 있었나 보다.
아무 생각 없이, 그냥 서 있었다.
현실감도 없고, 몸은 무겁고, 머릿속은 텅 빈 상태.
정말로 ‘생각의 전원 버튼’을 꺼놓은 느낌이었다.

그때, 내 옆에 서 있던 (히스페닉 쪽 같아 보이는...) 여자가 나를 힐끗 보더니
콧소리를 섞은 얄미운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.

“Are~ you… sleeping~?” 😏

그 말투는 농담이 아니었다.

조롱이었다.
게으르게 서 있는 동양인을 바라보며 던진, 미묘하게 무시 섞인 한마디.
그의 억양과 표정, 그리고 옆 사람과 나누는 눈빛이 다 이야기해줬다.
"이봐, 여긴 니네 나라 아니야. 정신 좀 차려."

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.
물론 멍 때린건 맞지만, 그 쪽 줄은 휠체어 줄이라서 쳐다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.

그런데, 그 쪽 줄 심사관이 나에게 손짓을 한 모양이었다. 그런데 내가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.

창피하기도 하고, 억울하기도 했다.
하지만 영어가 잘 안 터지는 상황에서 유치하게 맞받아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안다.
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.

그런데, 그 다음이 문제였다.

여권과 탑승권을 내밀었더니,
직원(그.. 나를 부르고 기다렸던...)이 탑승권을 스캔해보고 말했다.

“이거 이상한데요? 다시 체크해서 오세요.”라고 하면서 뒤로 손짓을 했다. 줄 저 뒤로 돌아가라는 확실한 손짓을 여러번 했다.

헉. 갑자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.
줄을 잘못 섰나? 탑승 게이트가 다른가? 아닌데 들어가야 게이트가 구분되는데? 여기 국내선인가?

온갖 생각이 마구마구 떠올랐다.
‘진짜 내가 슬리핑하다가 뭔가 놓친 건가…?’

당황해서 한 발 물러서려던 찰나,
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. 천운이었던 것이 교대 타임인 것 같았다.
내 탑승권을 다시 받아 스캔기에 대고 조용히 말한다.

“It’s fine. Go ahead.”

나는 다시 보안 검색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.

그 순간,
“진짜 공항에서는 절대 멍 때리면 안 되겠다…”하는 인생 교훈이 아주 강하게 남았다.

하지만, 바로 다시 드는 생각!

심사관이 자기가 불렀을 때 바로 반응하지 않고 멍 때린(?) 나에게 무언가 못된 행동을 했던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.

와... 설마 인종차별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좋은 생각! 좋은 생각!을 마음 속으로 외쳤다.

그리고!!! 그 때 그 옆 여성의 **"슬리핑~?"**이라는 조롱은
아직도 내 귀에 선명히 남아 있다.

 

그때 위트 있게 한마디 했으면 어땠을까요?
혹시, 이런 상황에서 다툼 없이 넘길 수 있는 센스 있는 말…
여러분이라면 뭐라고 하셨을까요? 댓글로 알려주세요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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